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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훈 장편소설 하얼빈 안중근 소설

by 엄마빠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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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여름, 김훈 작가의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실존 인물의 삶을 상상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였다. 안중근의 영웅적인 면모보다는 그의 가장 뜨거웠지만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내면과 외부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갈등들을 잘 표현해 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라는 명성답게 그의 손을 통해 재창조된 안중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안중근
책 표지

'작가들의 작가' 김훈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김광주 씨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한국일보에서 17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이후 각종 언론사에서 중역을 맡아 재직했다. 2004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이란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 맨 아래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는 말을 했다. 문학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를 의식주 문제보다 아래에 있다고 보았다. 

 

김훈이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세상과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현미경 같은 눈으로 자신과 사물을 관찰한다. 이를 언어로 어떻게든 풀어쓰려고 노력한다. 어떤 행위를 하면서 변하는 자신의 몸과 느낌을 언어로 써 내려간다. 

 

1986년 여행 산문집 <문학기행>을 출간했다. 한국일보 재직당시 매주 연재하던 글을 묶어 낸 것이다. 1989년에는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을 출간했다. 역시 한국일보에 연재하던 글을 책으로 펴냈다. 2000년에는 여행 에세이 <자전거여행>을 썼다.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글이다. 생태, 지리, 역사를 망라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감상이 잘 담겨있다. 

 

2001년 <칼의 노래>를 써서 동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소설이다. 영웅 이순신의 역사적 기록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했다. 직접 이순신 장군이 된 것처럼 역사 기록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이순신의 마음속을 잘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외에도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여행>, <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의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짧고 강렬했던 안중근의 생애

기존 안중근을 다룬 책들은 그의 일대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김훈은 달랐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1909년 10월 26일의 순간과 그 전후의 짧은 기간을 소설로 써냈다. 소설 <하얼빈>에서는 안중근의 삶에서 가장 강렬했던 며칠간의 일들이 선명하게 표현되었다.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와 갈등도 세심하게 묘사해 냈다. 시대적 대의를 좇으려는 모습과 인간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동양의 평화를 위해서는 희생을 불사해야 한다. 그러나 장남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다해야 한다.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정체성도 가지고 있다. 영웅의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안중근이지만, 소설에서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다 조명한다. 대의를 위해 짧은 생애를 바친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슬픔, 동경심의 감정이 복잡하게 피어오른다. 

 

안중근에게 세례를 준 빌렘 신부와 한국 교회를 통솔하는 뮈텔 주교의 갈등도 잘 표현해 냈다. 안중근은 사형을 선고받고 고해성사를 희망한다. 빌렘은 그런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베풀어주기 원한다. 뮈텔은 한국에서 천주교의 위상이 흔들릴까 두려워 반대한다. 한 인간의 구원과 교회의 존속이라는 가치가 부딪히며 소설 속 갈등에 불을 지핀다. 빌렘은 신념을 굽히지 않고 감옥에 갇힌 안중근을 찾아간다. 빌렘의 용기는 안중근의 거친 영혼을 평온한 안식으로 인도한다. 

 

절망으로 가득한 시대를 안중근은 온몸으로 길을 만들어내며 나아갔다. 젊음의 패기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사형장에서 그의 기대는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안중근이 느꼈던 좌절은 여전히 남아있다. 청년들은 여전히 불안한 시대 속에서 방황한다. 가치관과 신념을 내버려야 할 때도 많다. 거친 세상에 홀로 맞섰던 안중근의 용기가 현재의 청년들의 가슴에도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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